국가 생존을 위해 정보는 반드시 지켜져야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정치권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우선해서 고민하길

 

7 18일 국정원의 직원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도 HT 사에서 구매한 해킹 프로그램이 정치적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부담감을 못 이기고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위 회사의 해킹 프로그램은 35개국 97개 기관에 판매되었다.

 

HT사로부터 유출된 ‘Client Overview_list_20150603’파일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 사실관계는 더욱 명확해지고, 이 파일에는 이미 해킹을 시도한 기관들의 명칭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기관들은 모두노코멘트로 대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논란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게 대한민국 사회에 크게 다르다. 당연히 들여와서 사용해야 할 프로그램에 대해 왜 이런 논란이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지 놀라운 일이다.

 

 

훼손된무명의 헌신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그리고 직원의 의무로 일했습니다.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합니다.”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의 유서 내용 중 일부이다. 그가 말한 오늘의 사태란 무엇일까. 여론과 정치권은 국정원의 민간 사찰을 기정사실화해버린 채 국정원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내부 정보의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대중에 공개하라고 까지 한다.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정치권은 여론보다 앞장 서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활동을 공개하라고 압박한다.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 수호와 국익 증진의 사명을 받은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다. 또한 안보와 국익을 저해하는 국내외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국정원의 정보 수준은 국정원의 힘, 곧 국가의 힘과 귀결된다. 국민이 국가정보기관을 신뢰하고 의지해야 하는, 단 하나의 가장 명백한 근거이다. 특히 21세기 정보사회에 있어 사이버 작전은 가장 핵심적인 분야이며, 최상의 보안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원훈 아래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의 안녕을 위해 국가안보의 최전방 선에서 싸우고 있다.

 

 

그들의 헌신은 보이지 않기에 더욱 값지다

 

현재 대한민국은 분단 상황에 놓여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 국가 안보의 수호는 필수적이다. 유사한 상황에 있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대치 국면 속에서 국가 수호를 위해 강력한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CIA, 영국의 M16과 견주는 모사드가 이스라엘의 최고정보기관이다. 모사드가 세상에 존재를 각인시킨 건 1972년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사건 때이다.

 

뮌헨 올림픽이 한창이던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는 아랍 게릴라 234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선수들을 살해, 인질로 납치하는 테러 사건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에 나서 팔레스타인 게릴라 캠프를 공습하고 뮌헨 참사와 관련된 자들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 전원 살해하는 담대함을 보인다.

 

모사드의 과감한 행동은 공작에 실패해도 국가나 여론이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고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 질 수 있었다.

 

국가정보기관이란 철저히 국가이익과 안위를 위해 움직인다. 국가정보가 곧 국가안위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특수한 방법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다. 국가생존이익을 위해서 정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정보기관은 이런 음지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모사드의 대표적인 인물인 메이어 다간 전 국장의 발언은 꽤 인상적이다.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민주적인 행동과 반대되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가장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은 가장 정직한 이들에게 맡겨져야 한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건 이스라엘에 있어 국가정보기관이란 긍정의, 부정의 존재도 아닌, 이스라엘 국가안보만의 표상인 것이다.

 

 

무책임한 정쟁을 멈추어야 할 때

 

국정원의 정보활동은 공개의 대상일 이유가 없다. 이를 위협하는 행위는 국익에 반하는 일이기도하다. 이번 정치권의 무책임한 정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정치권은 이번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조차 정치 쟁점화 시키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야당은 2012년 해킹 프로그램의 도입 시점이 대선시기와 맞물린다는 이유를 대며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기록 공개 요청을 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의 수입조차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정보기관 직원의 신상 정보 공개는 물론이고,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공개적 진상 파악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그들이 가진 정보력을 지속적으로 위태롭게 한다. 국가정보기관이 고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에 국가정보기관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고도의 첩보수집, 방첩업무, 정보 분석 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국가정보기관이 국민과 국가의 안위에 저해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응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특권을 주장해서는 안되며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에 있어 가장 우선돼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정치권의 올바른 태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