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을 지렛대 삼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할 태세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후견인이자 북한의 실질적인 제2인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 14일 베이징에서 북·중 간 제3조중(朝中)공동지도위원회를 열고 황금평·위화도, 나진·선봉지구 공동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밝혔다.

 

황금평·나선특구 합작개발사업은 2010 12월 북·중 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지난해 6월 착공식까지 벌였지만 이후 1년이 넘도록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투병과 사망, 김정은으로의 3대째 권력세습 등 북한 내부 사정이 긴박하게 진행됐던 만큼 합작개발과 관련해 추동력이 집중되기는 어려웠을 터다.

 

장성택의 방중은 북한의 권력승계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됐으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경제개혁에 매진한다는 점을 내외에 과시하는 듯하다. 물론 황금평·나선특구 합작개발이 김정일이 생전에 추진했던 마지막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김정은에게는 이른바 유훈사업으로 자리매김됐기에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하는 절실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개혁·개방정책을 통한 북한 경제의 활력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 6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제 확립에 대하여란 제목의 ‘6·28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제시, 기업과 개인의 생산물에 대한 자율처분권을 확대했다. 경제운용 체계를 바꾸겠다는 얘기다. 이번 북·중 합의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겠다.

 

문제는 북한 개혁·개방정책의 진정성이다. 그간 북한은 중국·베트남식 개혁·개방이 양날의 칼이라며 우려했었다. 개혁·개방은 경제난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자칫하면 체제 전복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양날의 칼을 지혜롭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단지 제스처만 취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만성적인 식량·경제난을 극복하자면 보여주기식 개혁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10년 전 추진했던 ‘7·1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실패한 것도 본질적인 변화, 즉 공급능력 개선이 동반되지 않은 탓이다. 생산물에 대한 자율처분권을 늘린 ‘6·28 조치는 고무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종재의 원활한 공급 및 유통이 가능하자면 기업·기업가의 증가, 부품 공급능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내부 반발을 조율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체가 필요하다. 김정은 체제가 과연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는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