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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롱앤헬씨 연구소장

 

복합 균사체 추출물로 만든 건강식품이 한 탈북 과학자에 의해 개발되었다.

지난해 12월 생명과학 바이오 벤처기업인롱앤헬씨’(Long Healthy, 대표: 박명전)는 탈북과학자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복합균사체 배양기술을 바탕으로 면역물질을 다량 함유한 건강식품을 개발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차가버섯, 상황버섯, 영지버섯 등 3대버섯 균사체를 경쟁 배양해 추출해 낸쓰리웰즈(Three Wells)’ 제품개발의 일등공신인버섯 박사김진철 롱앤헬

씨 연구소장의 버섯 이야기다.

 

암으로 사망한 의학자의 아내

 

김 소장은 북한에서 평양경공업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과학원 미생물연구소에 재직한 엘리트 영양학자였다.

차가버섯 (자작나무에 기생하는 식용버섯)의 암예방 효과에 집중한 그는 1985년부터 시베리아 노브스미르스키의 차가버섯 연구소에 파견되어 현지 과학자들과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90년대 북한에서 300만이 아사한고난의 행군당시 경제난이 극도로 악화되어 연구를 잠정 중단했다.

 

그때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가 암으로 숨졌다.“아내를 위해 차가버섯 연구를 서두르 고 싶었지만 북한의 상황은 버섯 연구에 전념할 수 없게 했다.”아내의 죽음 앞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그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김 소장은 이후외화벌이 일꾼으로 전락했다. 정권으로부터과학자들이 앞장서서 외화를 벌어오라는 명령과 함께 이른바과학자 돌격대조직 지시가 떨어져 평안남도 안주의 ‘13호 연구소에 배치된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본업 외에 다양한 연구를 시작했다. 옥수수에 솔잎으로 넣어 만든 대용식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굶주리는 주민들을 구제한다는 의학자로

서의 임무를 다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당간부 가족들이 식품원료를 모두 빼돌려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영양학자로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싶었는데 연구도, 생산도 못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1999년 김 소장은 다시차가버섯 기술로 외화벌이 할 방법을 연구하라는 정권의 지시와 함께 중국 연변(延邊)의 농과학원에 파견되어 공동연구에 나섰다. 이 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인 과학자와 한국인 사업가를 만나면서 과학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북한정권과 달리 중국과 한국에서는 과학자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북한체제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된 계기는 2002년 한일(韓日) 공동 월드컵이었다. 돈밖에 모르고 민족도 모른다고 배웠던 남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와 조국의 선수들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TV로 접한 것이다.

단지 처벌이 두려워 각종 행사에 강제로 동원되어 마음에도 없는 충성심에 의한 박수를 치는 북한과는 너무나 달랐다.

 

결국 김 소장은 남한 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자신을 원망하면서 숨을 거둔 아내에 대한 남편으로서의 죄책감과 더 많은 사람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영양학자로서의 굳은 의무감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상하이 사법대학 미생물연구소에서의 차가버섯 배양 연구를 끝으로 김소장은 2005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한 정착한지 4년 만에 따낸 특허

 

중국과 북한에서 거둔 연구의 성과를 남한에서 인정받기까지의 길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각종 실험을 통해 김 소장의 연구는 성과를 인정받았고, 남한에 정착한 지 4년 만에 특허를 따내는 쾌거도 이루었다.

 

의학계의 찬사도 이어졌다. 국립암센터는김 박사의 차가버섯 배양물이 항암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공동연구를 통해 약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극찬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에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임하는 그의 자세도 찬사의 대상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후 김 소장의 연구 실적은 롱앤헬씨에서의 건강식품 상용화로 빛을 발했다. 현재 그는 복합균사체 배양기술 및 양산에 대한 특허 4개를 모두 취득한 상태다. 또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수출국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특허 출원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제품 생산은 북한의 친환경 첨단 바이오 과학기술이 남한의 양산제품화 기술과 만나 아름답게 결실을 맺은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양한 식품과 약재를 접목시켜 올해 중에 10여종의 건강 관련 식품을 내 놓을 계획이다.”포부를 밝히는 김 소장의 얼굴에는 영양학자로서의 건강한 웃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