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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이 이뤄진 북한이 올해 대외적으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무대는 정치군사적으로는 6자 회담, 사회문화적으로는 제30회 런던 하계 올림픽일 것이다. 북한은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한필화가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옛 소련과 옛 동독,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대륙과 미국, 캐나다 등 북미 대륙 외 대륙 선수로 동계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눈을 씻고 봐도 없던 때 거둔 놀라운 성적이었다.

 

이후 1972년 뮌헨 올림픽 사격 소구경 복사에서 이호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코리아' 선수가 획득한 첫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처음 출전한 하계 올림픽에서 북한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 동메달 3개로 은메달 1개에 머문 한국을 앞질렀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건너뛴 북한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5, 종합 순위 16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 2개와 은메달 1, 동메달 3개 등으로 비교적 선전했으나 중국( 51 21 28, 1)과 한국( 13 10 8, 7), 일본( 9 6 10, 8)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고 카자흐스탄(29)과 몽골, 태국(이상 31)에도 뒤지며 아시아 나라 가운데 7, 전체 34위에 그쳤다. 북한으로서는 체제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서 이번 올림픽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1월 현재 여자 축구와 역기(역도), 마라톤, 레슬링, 탁구, 양궁, 사격 등 7개 종목에서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여자 축구는 지난해 9월 중국 지안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32무로 41무의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차지했다. 여자 축구 본선에는 아시아의 두 나라 외에 개최국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브라질, 콜롬비아, 스웨덴, 프랑스가 올라 있고 북중미(2)와 오세아니아(1)가 아직 미정이다. 여자 축구는 베이징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런던 올림픽에 나서는 북한의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이다. 2006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과 2008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저력에 기대하겠지만 성인들 무대인 올림픽과 월드컵 성적은 변변치 못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라운드에서 1 2패로 탈락했고 2011년 월드컵에서는 1라운드, 2007년 월드컵에서는 16, 2003년과 1999년 월드컵에서는 1라운드에서 각각 탈락했다.

 

북한이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1972년 뮌헨 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이다. 북한은 3위 결정전에서 한국을 세트스코어 3-0(15-7 15-9 15-9)으로 꺾었다. 남성으로 의심 받은 김정복의 강력한 스파이크에 한국은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했다. 당시 27살로 알려진 김정복은 올림픽 이후 국제 무대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김정복이 빠진 북한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에 세트스코어 0-3(6-15 5-15 9-15)으로 완패했다.

 

북한은 여자 축구 외 나머지 6개 종목에서 남자 6, 여자 10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은 앞으로 권투(복싱), 유술(유도), 다이빙 등에서 추가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종목별 경기력을 보면 역도와 유도, 레슬링 등에서 메달이 기대된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63kg급에서 박현숙이 금메달, 여자 58kg에서 오정애가 동메달을 딴 역도는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62kg급의 김은국이 은메달, 여자 75kg급의 김은주가 동메달을 차지해 런던 올림픽에서도 한두 개의 메달은 가능할 전망이다. 유도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3kg급에서 김철수가 한국의 왕기춘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북한의 유도 실력은 남녀 모두 수준급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여자 52kg급의 안미애가 은메달, 남자 66kg급의 박철민이 동메달을 메쳤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한때 강세를 보였던 레슬링은 2010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자유형 55kg급의 양경일이 금메달, 여자 자유형 51kg급의 한금옥이 은메달, 여자 자유형 48kg급의 서심향이 동메달을 따 종합 순위 6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올려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을 듯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홍은주가 여자 뜀틀 금메달을 차지하고 1990년대 배길수, 김광숙 등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은 안고 있던 체조는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해 런던행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

 

북한의 스포츠 전력은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 등 최근 두 차례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전반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국력의 각축장인 스포츠에서 경제력이 뒤를 받치지 못한 결과다.

 

스포츠는 예상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묘미가 있지만 북한의 현재 경기력으로는 직전 대회인 베이징 올림픽 수준의 성적을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