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웰다잉법'(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2018년 2월부터 시행된다.


의학적 시술로는 치료 효과가 없는데도 단지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막아 '웰다잉'을 유도해보자는 취지다. 이런 뜻으로 이 법이 적용되는 대상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한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임종과정'의 의미를 궁금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말기암 환자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볼 수 있는지, 그렇다면 암4기가 말기암에 포함되는지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말기암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일 수는 있지만, 말기암과 4기암은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영호 서울대의대 교수는 12일 "말기란, 적극적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으며 점차 악화돼 수개월 내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상태를 말한다"면서 "반면 암4기는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로 암의 진행을 억제, 정지시키거나 때로는 완치가 가능할 수 있어 말기암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암의 병기(Staging)는 종양의 크기, 임파선 침범, 다른 장기에의 전이 여부에 따라 1기, 2기, 3기, 4기로 진행단계가 분류된다. 이중 4기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다.


다만, 치료 결과의 개념에 따라서는 조기암, 진행암, 말기암이라 구분하기도 한다. 조기암은 발병한 장기에만 암조직이 존재하는 1기에 해당하며, 수술 등의 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단계다. 진행암은 2기, 3기, 4기에 모두 해당하는데 이 단계에서는 여러 치료법을 병합함으로써 암의 진행을 억제, 정지시키거나 완치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전이성 암들은 항암화학요법으로 완치되기도 한다. 또 최근에 나온 표적 치료제들은 4기 암 환자들도 질병이 안정된 상태에서 최소한의 독성을 지닌 채 살 수 있게 한다.

때문에 암4기를 무조건 말기암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윤 교수의 주장이다.

완치나 생명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인 치료에 더는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점차 악화하는 시점부터 죽음 사이에 있는 기간만 '말기'(terminal period)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말기의 개념을 정하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환자마다 생존기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윤 교수팀의 연구결과로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단받은 환자의 10명 중 5명은 말기 판정 시점부터 약 2~3개월 이내 죽음에 이르렀고, 평균 4~5개월 정도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메디케어 프로그램과 덴마크에서 발행된 '임종 선언문'(terminal declaration)에는 이런 말기의 진단을 6개월 이하의 기대 수명을 가지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환자 개개인이 죽음까지 남은 시간을 그 누구도 확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 "많은 연구들이 생존기간을 예측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한 만큼 환자 스스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게 최선의 웰다잉"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