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중이다.

다복이는 가파른 언덕을 가까스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손으로 땀을 닦으면 오돌 오돌 떨고 있는 소녀의 손톱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그 애는 이 언덕을 왜 오르는지도 모르고 애써 오르는 것이다.

저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컴컴한 골짜기에서는 수백 마리도 넘을 개새끼들이 눈에 새파란 불을 켜고 다복 이를 향해 발발 기어오르고 있었다.

 

몸서리치도록 무서워 떨고 있는 다복의 옆으로 개새끼 한 마리 다가오고 있다.

순간 귀가에 들리는 어머니의 가냘픈 속삭임 소리범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길이 있다이는 분명 어머니의 정다운 목소리이다.

 

“엄마! 엄마! 나 무서워.”

“정신 차려라! 다복아! 정신 차려 정신을

 

유유히 사라지는 그리운 어머니의 음성은 어린 딸의 뇌리를 흔들어주고 있었다.

산등성을 휘둘러보는 소녀의 눈앞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소름끼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못생기고 더럽고 징그럽고 살기를 뿜어내는 굶주림에 미친 개새끼들이 제빛 털을 곤두세우며 넓은 산등성이를 꽉 메우며 기어오르고 있었다.

 

앞다리 뒤다리를 꼬부리고 살금살금 기어오른 개새끼 무리들은 점점 더 많이 더 가까워 오고 있다.

다복의 눈앞에 자그마한 멍이 보인다.

그 멍으로 기어 들어간 소녀는 안도의 숨을 쉬며 이젠 살았다하는 순간 역시 그 작은 그 멍에도 살기에 가득 찬 개새끼들이 달려들어 손을 물어뜯으며 피를 핥아먹고 있다.

 

“엄마! 엄마! 무서워 나 살려줘.”

“야 이 쳐죽일 개새끼야! 가라 저리가.”

 

소녀는 몸부림치며 닭살 막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끝없이 기어오르는 개새끼들뿐이다.

 

“난 안 죽었어. 나는 죽지 않을래.”

 

지옥속의 개새끼들이 바스러지는 듯이 형용 못할 소리를 지르며 소녀의 온몸을

허벼대고 있다.

열두 살 소녀의 귀가에는 어머니의 속삼임이 또 들려오고 있었다.

 

“다복아! 정신 차려! 정신 차리면 범에게 물려가도 살아난다. 다복아.”

 

이찰라에 어디선가 바위가 무너지는듯하더니 소녀를 덮쳤다.

 

“아아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소녀는 있는 힘껏 몸부림을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소녀가 놀라 눈을 뜨는 순간 또 하나의 시체가 떨어지면서 지지눌렀다.

 

“이곳이 어디인가? 엄마! 무서워~”

 

그 애는 자기가 지금 시체 무지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소녀는 지금까지 정신을 잃은 채 악몽을 꾸고 있었음을 생각해내였다.

 

“이젠 한 빵통 다 찼어. 가져다 버리자.”

 

밖에서 시체를 끌어와 버린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소녀는 조금은 생각나는 것이 있다.

누군가 다복의 손목을 틀어쥐고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었다.

소녀는 시체를 모아두는 기차 빵통으로 자기가 끌려가는 것임을 직감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이 기차역에서는 집 없이 헤매는 꽃제비들이 죽으면 짐칸에 모아놓았다가 어디론가 가져가 무더기로 매장해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난 죽지 않았시오~ 끌어가지 말아요. 나는 죽지않았시오. 봐주세요.”

 

열두 살 소녀는 정말 죽도록 외쳤건만 끌어가는 사람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끌고 갔던 것이다.

 

소녀를 끌어간 사람이 시체 무지 속에 집어던지고 있을 때 그 애는 이미 정신을 잃고 사선을 해매였을 것이다.

 

열두 살 소녀는 굶주림에 시달려 키도 몸도 다 줄어들어 여덟 살 나는 아이보다도 작아졌다.

 

얼굴도 손발도 석탄 무지 속에서 해매인 아이 같았다.

 

이와 같이 소녀는 지옥 속에서 악몽에 시달리다가 금방 깨여 났던 것이다.

 

“살려 주세요. 나 배고파요. 나는 죽은 사람이 아니 예요~ 살려주세요!”

 

소녀는 죽을힘을 다해 소리쳤지만 방금 밖에서 두런거리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죽지 않았어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똑히 차리면 죽지않는다고 엄마가 죽으면서 말했어. 정신 차려야지. 정신을 차려야 해.”

 

다복이는 겨우 몸을 돌리며 일어나 앉았다.

 

시체 무지 속에서 자신이 어느 시체의 배위에 앉아 있다는 것을 직감하자 몸이 으스스 떨렸다.

 

“살아야지. 이곳을 벗어나야 해.”

 

소녀는 옆의 시체를 밀치면서 일어나는 순간 그 시체의 옷의 감촉이 좀 다름을 느끼고 얼른 호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아마 꽃제비 생활이 몇 년간에 몸에 배인 감수성 이였으리라.

 

그 호주머니 속에는 돈 10원과 세 개의 동전이 나왔다. 또 다른 주머니에서는 때에 찌든 사탕 한 알이 나왔다. 아마 그 돈과 사탕을 아끼고 아끼다가 먹지도 쓰지도 못하고 굶어죽었는지. 아니면 애잡짤한 딸애에게 주려고 아꼈는지는 모른다.

 

소녀는 무서움에 떨면서도 그 돈과 사탕을 꺼냈다.

 

사탕은 입에 넣고 돈은 바지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탕은 짜고 쓰고 달고 과연 무슨 맛인지 모르겠으나 여하간 입에 집어넣으니 녹으면서 좀 기운이 생기는 것 같았다.

 

당장 그 시체가 일떠서서내 돈 내놓으라고 외치는 것 같았으나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열두 살 소녀는 뜻밖에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의 상속인이 된 셈이다.

 

“산사람도 무섭지 않은데 죽은 사람이 무서울까! 나는 살아야 돼.”

 

이제는 이 길로 빵통에서 시체를 헤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시체들을 짓밟으면서 빵통 모서리를 붙잡고 탈출을 시도하였으나 너무도 작은 자기의 키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나를 도와주세요. 나를 나가게 해주세요.”

 

다복이는 산사람에게 말하듯 시체들을 향해 사정을 하였다.

 

비틀거리며 자빠지며 시체를 끌어다 빵통 옆에 놓았다.

 

그래야 겨우 두 구의 시체를 끌어다 얹어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두 팔을 위로 힘껏 뻗치면서 윗부분의 모서리를 겨우 틀어 질수 있었다.

 

탈출의 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빨을 사려 물고 가까스로 기어오를 수 있는 것은 아마 시체들이 도움이 아닐 수 없다.

 

그 빵통 모서리에는 발 디디개가 한두 개 달린 것이 보이지만 그곳까지 갈 힘이 없는 이 불쌍한 열두 살 소녀는 무작정 그 높은 빵통 모서리에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눈을 뜬 소녀는 이미 자기 자신이 시체더미 속에서 헤쳐 나왔다는 안도감으로 하여 힘이 솟아남을 느끼는 것이었다.

 

아마 초인간적인 힘이었을 것이다.

 

다복이는 살아났다는 기쁨을 억제하면서 땅을 짚고 일어섰다.

 

죽은 사람의 돈을 꺼낸 생각이나 다시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의 손에는 낡은 지폐가 기분 좋게 만져 지었다.

 

비록 이 돈은 하찮은 돈이건만 다복이로서는 열두 살 될 때까지 처음으로 생긴 큰돈이었다.

 

“이 돈은 죽은 사람의 돈이야. 이 돈으로 그 사람에게 제사를 지내줄까? 제사음식은 내가 먹으면 되지.”

 

돈 십 원이면 빵 두개를 살 수 있다.

 

“그래도 10원이면 어디냐. 돈이 있는데 뭐.”

 

비틀거리는 걸음이였으나 어쩐지 죽음을 헤치고 살아났다는 것이 자기로서도 큰일을 한 것처럼 소녀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조금 더 가서 큰길에 나서면 시장이다. 음식을 파는 줄을 따라 오고가고 돌았으나 돈을 꺼내어 음식을 사먹을 수가 없었다.

 

한 할머니가 나물 한바가지를 놓고 팔고 있다.

 

“이 나물은 학교 가는 길옆에서 본 나물이구나.”

 

감자도 보인다. 삶은 감자다. 한 알에 1원이라고 한다. 나도 한 알 사먹을까?

 

소녀는 주머니에 돈을 만져보며 망설이다가안 돼. 이 돈으로 감자 사먹으면 안 돼.”

 

망설이다가 그냥 일어나 앞으로 걸었다.

 

나물 팔던 할머니는 나물을 다 팔고 일어서더니 감자 한 알을 사서 입에 넣고 호물호물 맛나게 씹으면서 칼을 보자기로 감아가지고 어데 론가 급히 가버렸다.

 

시체 속에서 꺼낸 사탕 한 알을 먹은 소녀는 끝내 아무것도 사먹지 못하고 시장을 나서고 말았다.

 

“어마나! 얘 다복아!~ 너 귀신이냐? ~~·귀신이다.”

 

동무 꽃제비 처녀애가 다복이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 가지고 도망쳐 버렸다.

 

“가시나 새끼, 귀신은 무슨 귀신이냐! 재수 없게 시리. 그래, 지옥이라는 데를 갔다 왔어? 왜 그래? 이젠 난 죽지 않아. 정신 차렸으니까. ~돈도 있는데 뭐.”

 

또다시 소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10원짜리를 만져보았다.

 

그러나 꺼내 보지는 못한다. 누구에게 빼앗길까봐.

 

그날은 쌀파는 곳에서 땅에 떨어진 옥수수와 생콩 몇 알을 주어먹었더니 그래도 참을만 하다.

 

“다복”, 아버지 어머니는 복이 많으라고 딸의 이름을 다복이라고 지었건만 그 많다는 복은 언제나 올런지 과연 지금부터 오고 있는 것 일가?

 

어느 천장사의 매장에 헌 가마니 쪽을 주어다 놓고 잠을 청하던 다복이는 생각에 생각을 굴렸다.

 

“이 돈으로 무얼 할까? 내게는 돈이 있으니 꽃제비가 아니다.”

 

소녀는 순간 부자가 된 기분이다.

 

온밤 잠 못 자고 일었다 앉았다 하면서 그 돈 10원으로 치부를 꿈꾸고 있었다.

 

동이 터오고 있다.

 

남들이 나오기 전에 쌀팔던 곳으로 찾아가 입에 넣을 수 있는 것 쌀이면 쌀, 옥수수나 콩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주어서 한줌 만들었다.

 

“아무거나 먹고 살아야 해. 나는 정신을 차리고 꼭 살 테야!”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소녀는 그곳 철재공장에 찾아갔다.

 

공장이 돌지 않아 파철무지에도 쓸 만한 쇠 조각 하나 찾아내기 힘들다.

 

그냥 나물을 캘만한 쇠 조각을 찾아낸 소녀는 앞벌로 나가 보았다.

 

논 뚝에도 밭에도 나물 캐는 이들이 백사지를 이루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나물을 캐고 있으나 열두 살 소녀가 캘 나물은 찾아내기가 힘이 든다.

 

그래도 쓰레기더미에서 주운 작은 구럭에 이것저것 하나 가득 캐 넣었다.

 

사람들은 오전 나물은 독이 없어 아무거나 다 먹는다고 하였다.

 

남들이 하는 대로 나물을 흐르는 물에 잘 씻은 소녀는 그 나물을 가지고 시장에 나가 앉아 장사를 하였다.

 

그래도 그날 나물을 팔아서 2원을 벌수 있었다.

 

너무도 적은 돈이건만 소녀에게는 태여 난후 처음 자기 노력으로 번 큰돈이였다.

 

집도 없고 신도 없이 발 벗은 소녀는 그날부터 나물 캐기에 나섰다.

 

“정신을 못 차렸으니 꽃제비가 되었었지. 이러면 살아 갈수 있었을 것을!”

 

잠은 아무 곳이건 걸치는데서 자고 먹는 것은 주어먹으며 소녀는 돈을 모우기 시작하였다.

 

밤이면 헌가마니를 뒤 집어 쓰고 홀로 시장 어느 모퉁이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하고 또 궁리하면서 쪽잠을 자군 하였다.

 

날이 밝아 오는 가부다. 발 벗은 열두 살 소녀에게도 새날이 밝아오면 아침시간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귀여운 동생도 모두다 하늘나라로 갔다. 하늘에서도 내려다 볼 수 있을까?

 

오늘밤도 자며말며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 다복이는 헌 가마니 짝이 자기의 재산이자 집이여서 둘둘 말아 잘 건사해놓고 시장바닥에 나섰다.

 

시장 옆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그 개울물을 한 모금 퍼마신 소녀가 일어서는데

그의 귀가에 어린애의 울음 섞인 음성이 애처롭게 들려왔다.

 

“엄마 엄마 배고파. 배고파. 엉엉엉

 

애의 울음소리에 끌려 달려가 보았다.

 

새벽이슬에 젖어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조그마한 남자애는 초최하고 눈물 코물 범벅이다.

 

“얘야, 너 집이 어데냐? 엄마는 없어?”

“죽었어. 죽었어. 없어. 없어.”

 

꺽꺽 흐느끼는 남자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서럽게도 울고 있었다.

 

“너 여기서 잤어?”

“몰라. 흑흑. 나 어디서 잤는지 몰라. 흑흑

 

그 애는 더욱 애절히 울고 있었다.

 

불쌍하고도 또 불우한 인생은 여기에도 있었다.

 

다복이는 생각하였다.

 

“할 수 없어. 나 역시 집도 없고 엄마도 없어. 정신 차리면 살 수 있어.”

 

생각 같아선 내 동생 같은 그 애를 데려가고 싶지만 집도 없는 방랑애가 어데로 갈 곳도 딱히 없어 할 수 없이 불쌍한 천사를 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몇 발자국 걸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울며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누나야. 누나야. 같이 가. 나 버리지 마~!”

 

그 애는 가까스로 일어서더니 비틀 비틀 걸음도 겨우 걸으며 다복이를 향하여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어망 결에 받아 안은 소녀는 그 애를 끌어안고 함께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가 않는 바람에 젖을 먹지 못하여 굶어죽은 동생 생각에 설움은 터지고 말았다.

 

함께 울며누나~ 누나를 부르던 어린애는 까맣게 때 묻은 손으로 소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누나 울지마. 울면 바보야.”

 

그러면서 방긋이 웃고 있었다.

 

다복이는 불쌍한 그 애에게 매대에서 옥수수 빵 하나를 사서 쥐여 주고 자기도 하나 먹었다.

 

그냥 따라가려고 나서는 어린애를 남겨놓고 들에 나간 소녀는 여전히 나물을 캐고 팔아가며 분주히 하루를 보냈다.

 

해님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갈 길을 다 갔나부다.

 

서산마루에서 마지막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장터의 장사군들과 손님들도 모두다 집으로 돌아갔다.

 

다복이는 감추어 놓았던 가마니를 찾아 한쪽 구석에 펴놓고 하루의 피곤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누웠다.

 

밤하늘은 넓고 별도 많았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는데 내 엄마 아빠는 어느 하늘에 계실까? 별들은 너무 많아! 저 반짝이는 저 별에 계실까? 나를 내려다 보고 울고 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이어 둥둥 떠서 엄마 아빠를 찾아 헤맨다.

 

잠이든 다복이는 별 따러 가느라고 두 팔을 휘저으며 날고 있다.

 

“아! ! 더 높이 날아보자! 더 높이 날자! ! !”

 

어데 선가 잠결에 남자애의 기겁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누나야, 누나야. 나 무서워. 엉엉엉

 

분명 아침에 만났던 애였다.

 

“그 애로구나. 어린 꽃제비 인가봐.”

 

캄캄한 밤하늘에 뭇별들만 깜박깜박 내려다 보고 있다.

 

소녀는 울음소리를 따라 걸어갔다.

 

아침에 만났던 어린애가 바닥에 누워 서럽게도 울고 있었다.

 

“누나야~ 누나야~ 나 무서워. 흑흑

 

너무도 가련하고 불쌍한 어린아이는 엄마품에서 단꿈을 꾸고 있을 나이에 버려진 몸이 되어 하늘을 지붕 삼아 맨땅에 누워있다.

 

소녀가 다가가자 아이는 누나를 놓칠세라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고 있었다.

 

“뚝 그쳐. 울면 바보야! 그래 무서워? 갈 곳이 없어?”

“응. 누나를 찾아왔는데 누나가 없어서. 누나야 나 버리지 마

 

하는 수 없이 소녀는 어린애의 손을 잡고 잠자리로 갔다.

 

“너 이름이 뭐냐?”

“강철이야. 김강철

“응. 이름이 멋있구나. 강철이면 쇠처럼 강해야지. 울면 않되. 정신 차리면 죽지 않아.”

“강철아, 우리 정신 차리고 죽지 말고 살자!”

 

열두 살 소녀는 강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함께 살리라고 다짐을 하였다.

 

그날부터 강철이는 누나에게 의지하고 소녀는 어린애에게 의지하여 한 식구가 되어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들 두 남매는 철길 옆의 허물어져가는 경비막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우선 비 내리는 날과 새벽이슬은 막아야하니까 떨어져 나간 문대신 헌가마니를 한 짝 얻어 가까스로 썩은 못을 주어 박아 놓았다.

 

그것도 몇 칠 후에 잠에서 깨여보니 어느 꽃제비가 채가고 모기에 뜯기며 다복이는 강철이를 그 작은 품에 안아 재워주고 있었다.

 

잠도 오지 않는다. 소녀는 어느 하루 쪽잠에서 깨여나 희미하게 비쳐오는 달빛에 비춰보며 품속에 돈을 세여 보았다.

 

죽은 사람의 시체에서 꺼내온 것까지 30원이다.

 

소녀는 시장에서 한 알 한 알 주워 먹으면서 강철에게는 죽도 사 먹이고 간혹 빵도 하나씩 사 먹였다.

 

철없는 어린애도 누나 걱정을 하며 낮이면 이곳저곳에서 아무거나 주워 먹고 한 끼라도 건너뛰려고 애쓰고 있다.

 

고철더미에서 주어 온 뚜껑 없는 냄비에 물을 부어 돌 3개를 고여 냄비를 올려놓았다.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이자 빨간불이 피여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제 옥수수가루를 한줌 풀고 방금 뜯어온 콩잎을 넣어 풀죽을 끓일 생각이다.

 

콩잎도 이젠 누렇게 황들기 시작하였다.

 

풀들이 누렇게 되면 가을이 온다고들 한다.

 

강철이도 잠에서 깨여나 누나 품에 기여 들며 춥다고 몸을 떨고 있다.

 

그래도 불이 있으니 두 아이는 불화기에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몸을 녹이고 있다.

 

누나의 작은 무릎을 두 팔로 그러않고 머리를 떨군 강철이의 모습은 처량하고 불쌍하다.

 

요즘은 이 경비막도 벽체가 절반이나 없어지고 거의 무너져 가고 있다.

 

벽돌이 필요한 어른들이 벽체를 뜯어가기 시작하여 어제 저녁에는 한쪽 벽만 조금 남은 경비막에서 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고 잠을 잤었다.

 

“오늘은 어데로 갈까? 이제는 캘 나물도 없으니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

 

소녀는 끝없이 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를 찾아본다.

 

“엄마, 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다복이는 끝없는 생각 속에서 헤맨다.

 

“죽은 사람의 돈 10원은 갚아 줘야해. 내가 번 돈은 20원이야. 이 돈으로 뭐할까?”

 

시체에서 찾아낸 돈 10원은 항상 소녀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앞으로 돈을 벌면 그를 위해 제사를 지내여 줄 생각은 잊지 않고 있다.

 

“사탕장사를 하면 꽃제비들이 덮쳐갈 것이고 배추라도 넘겨놓으면 어른들이 사갈까? 나를 업수이 보고 사지 않으면 어쩔까?”

 

그러나 돈이 있는 데야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장에 나간 소녀는 촌에서 오신 할머니의 배추를 5원어치 넘겨받았다.

 

그 할머니 옆에 배추를 놓고 쪼그리고 앉았다.

 

“애개개 넌 몇 살인데 장사 하냐? 여덟 살은 됐어? 엄마는 없냐? 이거 다해서 얼마냐? 기특하기도 해라.”

 

어떤 엄마가 마주 앉으며 혀까지 찬다.

 

7원을 주세요.”

“뭐? 7? 3~4원어치나 되 것 같구나 뭐. 6원은 무슨.”

 

그러자 농촌할머니가 옆에서 손까지 흔들어 치면서 한마디 하고 있다.

 

“젊은이~ 불쌍한 애를 도와주는 셈 치고 그대로 가져가지 뭘 깎어?”

 

그리하여 5원어치를 6원을 주고 사갔다.

 

이렇게 채소를 몇 번을 판 다복이는 밤이 되자 어느 집 뒤 벽체를 의지하여

강철이를 꼭 껴않고 잠을 청하였다.

 

5원씩 넘겨 3번 팔았으니 오늘은 3원을 벌었다. 내일은 20원을 가지고 4원을 벌 것이다. 매일 4원씩 벌면 10일이면 40원이다. 또 그 돈으로 더 많이 벌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른들은 내가 파는 것도 다 사 줬어. 이제부터는 더 부지런히 팔아야지 더 부지런히.”

 

어느 집 벽체를 의지하고 누운 소녀는 생각의 실마리를 부지런히 이어가고 있었다.

 

열두 살 소녀의 꿈은 조금씩 커가고 있다.

 

“나에게 돈이 있는데 뭐 꽃제비라고? 이제부터는 나보고 꽃제비라 하는 사람들을 그냥 둘 수 없어. 나는 정신을 차렸으니 절대로 죽을 수 없어. 강철이가 크면 학교로 보낼 거야. 꼭 공부시켜 줄 거야~!”

 

이렇게 소녀의 꿈은 야무지게 커가고 있었다.

 

다복이는 매일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고 있다.

 

잠이 몰려와 하품을 하는 소녀는 어렴풋이 꿈속에서도 돈 계산을 하고 있다.

 

“하루 5원씩 벌 것이다. 이틀이면 10원을 벌고 또 이틀이면 10. ! 100원을 모으려면 언제까지인가? 벌고 벌고 또 벌고. 또 공부도 더 해야지! 강철이는 의학박사로 클 것이다. 나는 무엇이 될까? 나는 요리사가 되어 철이를 잘 먹일거야.”

 

저도 모르게 방긋이 웃음이 나온다.

 

…………

 

 

 

지옥에서 살아나온 열두 살 소녀! 시체더미를 헤치고 생명을 찾은 소녀!

 

시체 속에서 얻어 낸 돈 10원이 있었기에 소녀는 그 돈으로 치부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은 내가 당시 청년동맹에서 기차역과 거리에서 방랑하는 아이들을 단속하는 일을 할 때 겪은 실화이다.

 

오늘은 어느 낯모를 집의 뒤 벽체에 몸을 의지하고 꿈을 꾸지만 그의 내일은 행운이 찾아와 그를 건져 줄 것이다.

 

다복이!!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과 같이 그 많다는 복도 더 오래 소녀가 기다리지 않게 그를 찾아와 많은 복을 안겨줄 것이다.

 

하루 종일 5원을 벌고도 더 큰 꿈을 향해 날고 있는 열두 살 소녀의 행운을 기대하며 축원하는 나의 마음도 함께 담아 이 글을 남긴다.

 

다가올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하며 다복이와 강철이를 위해 북한의 모든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아니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민족이 기도를 드릴 것이다.

 

 

2011 5 23일 이명일